“어머닌 7남매나 되는 자식들 키우려고 음식일을 시작하셨죠. 전 어머니 아버지께서 일궈놓으신 식당을 지키고 싶어서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전주 성미당 이판례(81)할머니와 정영자(58)대표. 전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음식점의 대를 이어가는 주인들은 생계를 위해, 부모의 뜻을 받들기위해 음식을 업으로 삼았다는 소박한 대답을 했다.

지금도 하루에 한번은 반드시 식당에 나와 주방도 둘러보고 단골손님도 맞는다는 이판례할머니. “처음에는 모찌와 약식 단팥죽 등을 팔았어. 남편과 둘이서 음식을 만들었지. 난생 처음 하는 일인데 어찌나 떨리고 하루하루 지내기가 힘들던지….” 전주에서 손꼽히는 양품점을 하다 부도가 나면서 1965년 음식업에 뛰어들었다.

죽과 떡, 과자 등을 만들다가 비빔밥을 배워보기로 했다. “그땐 물어보고 배울 곳도 없었어. 지금처럼 음식점이 많지도 않았고 외식문화가 발달하지도 않았었지. 이집 저집 귀동냥 얻어 비빔밥을 선보였어.”

할머니는 원래 손맛이 뛰어났다. ‘경종김치’를 담가 상에 내었더니 김치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음식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고. 비빔밥도 참기름과 콩나물 고추장으로 비빈후 갖은 나물을 얹어 놋그릇에 냈다. 매운맛이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이 깊어진, 할머니만의 비빔밥이 만들어졌다.

삼계탕은 70년대 후반부터 선보였다. “우리집은 비빔밥이 먼전데 사람들이 삼계탕전문점인줄 알아. 식당에서 비빔밥 먹고 있으면 외지사람이고 삼계탕을 시키면 전주사람이지.”

삼계탕은 5년전에 작고한 할아버지의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삼계탕을 전문적으로 조리하는 음식점이 없었다. 한식집을 운영했던 친구가 조리법을 일러줬다. 이후 할머니네는 삼계탕집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영감이 고집이 있었어. 내 말은 안들어도 손님들 얘기는 한마디도 허투루 흘리지 않았지. 또 철칙이 있었어. 다른집보다 500원이라도 싸게 팔고, 젊은이들에겐 양을 많이 주는 것. 지금도 그 원칙은 지키려고 노력해.”

음식점은 가족공동체가 운영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방을 지키고 다섯명의 딸들이 음식을 내고 카운터를 봤다. 정영자대표가 업소를 물려받은 것도 이때문이다. “형제들중 가장 오랫동안 어머니곁에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머니자리를 대신하게 됐네요.”

정대표가 주방을 총괄하게 된지도 20년이 넘었다. “어머니 아버지 조리법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메뉴도 변함이 없어요.”

물론 지금도 어머니가 고추장과 간장을 담그시고 찬모와 주방장 교육까지 맡아 하시니 그 맛이 유지되겠지만 정대표 역시 담백함으로 대표되는 손맛을 내림받았다.

“고등교육 받은 딸이 음식점을 이어가겠다고 했을때 많이 반대했지. 예전엔 밥장사한다고 무시 많이 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보람있어. 7남매도 번듯하게 키웠고 우리집 밥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

할머니와 어머니로 이어진 전주 대표 맛집 지킴이 노력이 이젠 또 한명의 딸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성미당 삼계탕 만드는 법

성미당 정영자대표가 추천하는 대표메뉴는 비빔밥이다. 그러나 단골들은 삼계탕을 최고의 메뉴로 꼽는다. 왜 그럴까.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으뜸이란다.

이 집의 삼계탕은 닭고르기부터 까다롭다. 태어난지 25일에서 28일 사이(무게로 치면 400g정도)의 영계만을 사용한다. 이보다 어리면 비릿한 맛이 나고 더 커버리면 육질이 질기기 때문이다. 이유가 또 있다. 이 크기의 닭이 뚝배기에 알맞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닭은 사육농가에서 직접 공급받는다. 당일 잡은 생닭만 고집한다. 냉장고에 들어갔거나 냉동한 닭은 맛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깨끗이 손질한 닭에 수삼과 대추 통마늘과 녹두 약간, 그리고 주먹밥으로 빚어놓은 찰밥을 넣은 후 다리를 엮는다. 재료를 넣은 닭은 60여마리씩 가마솥에 넣고 은근하게 끓인다. 진하고 담백한 국물맛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손님상에 낼때는 푹 삶은 닭에 육수를 붓고 마늘과 양파 파 그리고 녹두를 약간 넣어 3분여간 끓여 낸다.

삼계탕 재료는 최근에 녹두가 첨가된 것 외엔 30년전과 동일하다. 녹두는 잡맛을 없애주고 음식의 독성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단다.

최근 한방삼계탕이 유행하기도 하지만 오랜시간 끓이지 않으면 효능이 크게 없을뿐더러 전통의 방식으로만 조리해도 보양식으로서의 충분하다고.

이 집은 일년내내 삼계탕을 끓인다. 요즘같은 성수기엔 하루에 200∼300마리, 복날은 600여마리를 잡는다고. 비수기인 겨울에는 일평균 30여마리가 꾸준히 잡힌다고 한다.


은수정 기자(eunsj@jeonbuk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