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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 소설가 이병천

  • 글쓴이관리자
  • 등록일2005/08/19
  • 조회수1272

“시골집 울타리가 탱자나무였어요. 옛날에는 무슨 이쑤시개 같은 게 있었나. 바늘을 자꾸 헛돌고, 탱자나무 가시로 다슬기 속을 빼먹었지요.”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시절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살코기가 기껏 피리나 붕어, 다슬기였다.

논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 개울에서 삽과 호미를 씻으며 한 종지 주워 빠딱빠딱 씻어 삶아냈던 다슬기. 간장에 졸여내면 오래 먹을 수 있는, 밥반찬으로 그만인 다슬기장을 시작으로 냇물을 끼고 있는 시골마을 어느 집에서나 해 먹던 다슬기탕이나 다슬기 수제비, 부러 ‘다슬기 수육’이라 부르는 다슬기 무침까지, 소설가 이병천씨(49)는 다슬기로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가난했던 시절에 온 식구가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었던 음식에는 맛 플러스 알파가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요즘 들어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들이 입맛을 당깁니다.”

그의 고향은 용진. 어린 시절 추억과 닿아있는 음식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정이 손맛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땅이 쩍쩍 갈라지면서 가을 무가 지상으로 하얀 몸뚱이를 들어낼 때면 가슴이 설레고, 막 버무린 생채는 언제 먹어도 황홀하지요. 여름 무도 있지만 시원한 가을 무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술 마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게되는 콩나물국밥, 지독한 냄새가 있어야 제 맛이 나는 청국장, 뜨거운 기운에 멸치 냄새가 ‘푹’ 끼쳐오는 물국수, 밥물이 넘치면서 자글자글 익어가는 짭쪼롬한 ‘황새기’, 궁핍했던 시절 고맙게 먹었던 음식들은 값 싸지만 값 비싼 맛을 낸다.

“술도 막걸리를 좋아해요. 할아버지가 “점방가서 막걸리 좀 사와라” 하면 석유기름병에 술을 받아오다 홀짝홀짝 마셨어요. 혼날까봐 마을샘에서 물을 타기도 하고 아예 병 대신 주전자에 받아오기도 했지요.”

맛있는 음식처럼 글도 맛깔스럽게 요리해 놓는 그가 혹시 음식을 소재로 글을 쓴 적은 없었을까.

“젊었을 때부터 잡글은 쓰지 않기로 스스로 원칙을 세웠어요. 이런 저런 글을 쓸 역량도 못 되고, 소설 쓰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글쓰기처럼 음식점이나 술집도 단골이 되고나면 그 집에서 소금만 뿌리지 않으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아요.”

그는 요즘 글에 관한 정신적 공황상태로 투병중이라고 했다.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의욕이 다시금 찰랑찰랑 차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도휘정 기자(hjcastle@jeonbu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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