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물렀거라!! 음식으로 이긴 조상의 지혜
08.06.25 차경희(전주대학교 전통음식문화전공)
더위야 물렀거라!! 음식으로 이긴 조상의 지혜
한국음식에 사용되는 다양한 식품배합과 양념, 고명의 조합을 두고 약식동원(藥食同源)에 기본정신이 있다고 한다. ‘먹는 음식이 약(藥)과 같다.’는 의미로, ‘밥이 보약이다.’라고 쉬 부르는 말로 대변될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의 ‘올바르게 식사를 하면 병들지 않는다. 병은 식사를 바로잡고, 그래도 낫지 않을 때는 약을 쓰면 된다.’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의 개념과도 일치한다. 서양의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는 말을 했으니, 건강한 삶의 영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음식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음식에서 마, 복령, 인삼, 생강, 마늘, 계피 등 몸에 이로운 약재의 이용이나 제철에 나는 싱싱한 식품 이용한 시절식(時節食)의 문화가 약식동원의 실현이라 하겠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여름이 농익어 가고 있다. 높은 기온 탓에 체온상승 예방을 위해 우리의 몸은 많은 에너지를 스스로 소비시킨다. 그러므로 몸은 쉽게 지치고, 나른해진다. 따라서 기력 회복을 위해 각별히 영양보충에 신경을 써야만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한 낮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 그립고, 얼음 띄운 수박이 생각 절로 난다. 하지만 이 더위를 우리 조상들은 시원함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움으로 전면 대항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열정으로 개장국이나 장어탕, 삼계탕 등으로 더위의 기세를 아예 눌러 버린 것이다. 특히 이 음식들은 복날(伏日)의 단골메뉴이다. 이 풍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복날(土曜の丑の日) 음식으로 장어(うなぎ)가 애용되고 있고, 서양에서도 스튜나 파이로 즐기고 있다. 개고기와 장어는 한여름의 기력을 도와주는 음식으로 예로부터 그 효과가 검증되었다.
동양의 기미론(氣味論) 사상에 의하면 개고기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특히 몸이 찬 사람에게 좋으며, 소화가 잘 된다. 그러므로 개고기의 성질, 화기(火氣)로 복날(伏日)의 금기(金氣)를 눌러 더위를 이기라는 뜻에서 여름철의 보양식이 되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개고기는 허약한 사람이 먹으면 오장을 보호해주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무릎과 허리가 차고 시린 사람이 먹으면 기력을 증가시키고 원기를 회복시킨다.’고 하였다. 따라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더운 여름철의 보양식으로 애용되어 왔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와 「경도잡지(京都雜誌)」의 삼복(三伏)에는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狗醬)이라한다. 닭이나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시절음식으로 먹는다. 그렇게 하여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이것을 많이 판다.’ 고 하며, 개장국의 기원이 진(秦) 덕공(德公)이 삼복에 개고기를 희생으로 삼아 제사를 지낸데서 유래하였다고 그 기원을 밝히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들의 개고기 섭식이 국제적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였으나, 개고기는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고대로부터 애용되어 온 것을 알 수 대목이다. 중국의 광동지방에서는 개고기를 향육(香肉)이라 하였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황구는 보신에 좋으며, 다른 색깔은 별 볼일이 없다.’고 하였는데 「삼륙경(三六經)」에도 개고기의 맛은 누런 개가 으뜸이요, 다음이 검은 개, 얼룩진 개, 흰 개의 순이라고 하여 우리 보다 한수 더 떠서 개고기의 맛을 세분화하여 논하고 있다.
또 「면암집(勉菴集)」세시기속 삼복에는 ‘경금(庚金)의 기운이 화기에 굴복해 점차 더워지니 / 이때의 즐거운 설날 납일과 같네 / 우리나라 사람들도 하삭음(河朔飮) 즐길 줄 알아 / 개장국 좋은 맛에 여러 손님 흥겨워하네’라고 노래하였다.
「해동죽지(海東竹枝)」6월에는 ‘빙산(氷山)에 자리 잡고, 벽통주를 마셨다는데 / 우리 풍속 해마다 맛 좋은 개장국 먹네 / 위장 따뜻하게 하여 긴 더위 없애니 / 수박과 백호탕은 함부로 먹지 말게나’ 등 모든 세시기에서 여름철 절식으로 개장국이 기록되어 있으니 얼마나 널리 이용되었는지 알고도 남는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도 개고기를 이용한 찜과 구이의 기록이 있다. 희락당(希樂堂) 김안로(金安老, 1481~1537)가 특히 개고기 마니아로 개고기구이(犬炙)으로 아부하는 사람들을 벼슬길에 오르게 하여 주위의 빈축을 사는 이야기가 「중종실록」에 있을 정도이니 개고기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알만 하다.
장어는 100g당 16.2g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해독 및 세포재생능력이 뛰어난 양질의 단백질이다. 16-21g의 지방은 그 조성이 ω-3계열의 불포화지방산으로 인체 내에서 순환계와 면역 기관 등을 보강하여 약물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점액성의 콜라겐과 비타민 A의 전구체인 retinol과 비타민 D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시력회복, 노화방지, 생리활성 증진효과 등이 있다.
장어가 강에서 바다까지 바람을 거슬러 헤엄쳐 가는 긴 여정을 보고, 조상들은 ‘뭍에는 견공(犬公), 물에는 장어’라고 하며, 그 힘에 감탄하고 최고의 스테미너 식품으로 쳤다. 우리나라의 남쪽 해안지역에서는 장어를 추어탕 끓이듯이 푹 삶아 뼈를 추려내 버리고, 토란줄기, 콩나물, 대파, 무 등을 함께 넣고 푹 끓인 장어국을 보양의 일인자로 즐겼다. 이 장어국은 특히 경상도 사람들이 환절기나 기력이 허할 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찾는다.
「동의보감」에는 ‘장어는 오장육부를 보하는 음식으로 성기능 회복이나 허약체질에 좋은 음식이며, 허리와 다리를 따뜻하고 강하게 만든다."고 하였고,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장어는 맛이 달아 사람에게 이롭다. 설사를 오랫동안 하는 사람은 장어로 죽을 끓여 먹으면 바로 낫는다.’고 하였다. 또, 중국의 「계신록(稽神錄)」에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던 병자에게 장어를 먹여 다시 소생시켰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일본의 「만엽집(萬葉集)」에서도 장어를 보양식의 으뜸으로 꼽았는데 일본인들은 지금도 구이, 조림, 덮밥 등의 다양한 형태로 조리하여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사랑하고 있다.
식품의 장점을 알고 먹으면 더 재미가 있다. 오늘날 우린 하나를 먹어도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다. 그러나 재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너무 많으면 독이 된다고 하였고, 넘치는 것은 모자르는 것 보다 못하다고 하였다. 개고기나 장어와 같은 고단백식품을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체액이 산성화되어 세포가 빨리 노화되고, 오히려 피로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항상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 음식 속에 녹아 있는 조상의 지혜를 생각하며, 건강한 여름을 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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