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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 이주의 음식 레시피

"어느 식당 가나 잘못 왔다는 생각 안들어" 최승범 시인

콩나물국밥 하나도 일률적이지 않고, 5천원 한 장 들고서도 푸짐하게 배를 두드릴 수 있는 전라도. 이 땅에서는 어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지역 명사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느 음식점 단골일까. 그들이 권하는 음식은 제각각이지만, 그들 역시 맛난 음식 앞에서는 체면도 저리 치워둔다.

“전라도에서 자라오고 입맛이 굳어져서가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나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없어요. 저마다 그 집 나름의 맛이 있어요.”

전라도 음식이 짜고 매운 것은 지형적 특징때문. 여름철 땀으로 배출된 염분을 짠 음식으로 보충하고, 기운이 빠지고 몸이 나른해 지는 것을 매운 맛이 각성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전라도 음식이 맛이 깊다는 최승범 시인(74·전북대 명예교수). 점심값이 1만원이 넘으면 죄짓는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라는 그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내가 잡식이라서 음식타박은 안합니다. 더러 먹고 싶은게 있으면 아내한테 이야기하지요.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안식구가 식단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돼지 냄새가 안나도록 된장 국물에 삼겹살을 삶아달라거나 애호박을 얇게 썰어 부쳐달라거나 북어 한 토막 고추장에 구워달라고 하면서 그는 아내의 수고를 덜어준다.

주거니 받거니,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술 한 잔 해야하는 그의 주량은 소주 한 병. 그는 “즐겁게 마신 만큼 속풀이도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술꾼들 속풀이 하는데는 칼국수가 좋아요. 밀가루만 있으면 금새 반죽해서 방망이로 얇게 밀어서 칼로 썰면 금방이죠. 이때 국물은 멸치로 우려내야 시원합니다.”

먹거리 본래의 성질을 살린 음식을 좋아하는 그는 이것 저것 넣지 않고 김 한 장 부벼넣어야 개운하다. 그는 “칼국수에 고추장을 조금 풀고나면 입안에 강그러운 맛이 돈다”고 귀띔했다.

“내가 계란 후라이는 1등 할 겁니다. 그것이 무슨 요리냐고 할 지 몰라도 잘 못하면 터지고 눌리고, 솜씨가 꽤 들어가요.”

위엄있는 노시인과 계란 후라이. 그는 “장관을 해도 영부인이 되더라도 음식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 새끼, 내 서방, 내 부모가 맛있게 먹으면 그게 바로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출처/전북일보-

도휘정 기자(hjcastle@jeonbu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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