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가정(家庭)이란 집(家 . house)과 정원(庭園 : garden)이 겸비된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과거 우리의 주택은 작든 크든 간에 집에는 몇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도 있고, 김장독을 묻어 둘 만 한 뜰이 있어서 가정 그대로이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의 주거 문화가 급속히 변화되어 아파트 생활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서 집은 있어도 정원이 없는 삭막한 인공구조물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네 집은 으레 김칫독 하나 묻어둘 만한 땅이 없는 즉, 우리는 정원이 없는 삭막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김칫독을 묻어 두고 자연 숙성시키면서 김치를 먹는 것은 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제 과거에는 게으른 사람들이나 사 먹는 것으로 알고 있던 공장김치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서 김치공장은 하나의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리 만큼 공장김치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김치 품질의 균일화와 수출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선진 외국에서는 슈퍼마켓의 증가 및 에너지절약과 소비절약 차원에서 냉장고의 소형화 추세에 있으나 우리의 실정은 정반대로 냉장고가 대형화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국민이 김치를 주된 부식으로 하고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필요성이다.

글. 김중만 / 먹거리팡세, 원광대학교 출판국,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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