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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구경도 ‘랭면’ 한 그릇 먹고-1

  • 글쓴이관리자
  • 등록일2005/09/08
  • 조회수1248

▲ 금강산 옥류관에서 여성 봉사원이 쟁반냉면을 준비한다. 어찌나 곱던지!
지난 1일 냉면 맛으로는 북한 최고라는 옥류관이 금강산 관광단지 내에 분점을 냈다. 그리하여 ‘금강산도 식후경’이 제대로 된 속담이 되었다. 만사 제쳐두고 가보니 않을 수 없었다. 옥류관은 1960년 김일성 주석 지시로 평양 대동강 옥류교(玉流橋) 옆에 세워졌다. 청기와를 얹은 본관과 별관을 합치면 360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큰 식당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여기서 냉면 등 북한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평양 옥류관을 그대로 축소한 금강산 분점에 들어서자 화려하나 다소 촌스런 개량한복으로 차려 입은 북한 여성들이 환하게 맞아줬다. 남남북녀(南男北女)란 표현, 진부하지만 적확했다. 이목구비가 ‘남측’ 여성들처럼 뚜렷하진 않지만 20대 초반인 이곳 여성 봉사원들은 선이 고왔고, 피부가 백옥처럼 희고 매끄러웠다.

2층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 봉사원이 차가운 메밀차를 유리잔에 가져다줬다. 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을 벗기고 남은 껍질을 삶은 물이다. 그냥 마셔도 구수하지만 간장을 살짝 섞어 마시기도 한다. 남측에서는 뜨겁게 주는게 일반적이나, 옥류관에서는 차갑게 냈다.

여성 봉사원은 “무얼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북한방송에서 들었던, 비음이 살짝 섞인 높고 낭랑한 목소리였다. 냉면 외에 만두, 갈비, 불고기, 빈대떡 등 이북음식을 두루 내는 남한의 냉면집들과 달리, 옥류관에는 냉면(12달러)과 쟁반냉면(15달러)만 있었다.

“뭐가 맛있나요?” “아무래도 쟁반냉면이 주방장의 정성이 더 들어서 맛있습니다.” 냉면은 우리가 흔히 아는 냉면이고, 쟁반냉면은 면을 뽑아 새콤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뒤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부은 것이란 게 봉사원 여성 설명이었다. 그래도 냉면 맛보러 왔으니 그냥 냉면을 달라고 했다.

주문하지 않은 녹두지짐(빈대떡)이 먼저 나왔다. “북측에서는 냉면 먹기 전에 녹두지짐을 꼭 먹나요?” “아닙니다. 냉면 기다리시는 시간이 심심하지 말라고 드리는 거지요.” 이른바 ‘애피타이저’ 개념으로 먹으란 소리다.

녹두지짐은 손바닥만한 크기로 서울에서 먹던 것보다 작고 얇다. 애피타이저로는 크기가 마춤했다. 김치, 돼지고기, 숙주 등이 전혀 없이 달랑 돼지비계 2점만 한가운데 놓였다는 점도 평소 먹던 빈대떡과 달랐다. 정말 100% 녹두만 썼는지 구수한 녹두향이 짙었다.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을 추구하는 남쪽과, 재료 자체의 순수한 맛을 추구하는 북쪽 요리철학의 차이일까. 아니면 풍요와 빈곤의 차이일까.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황금빛이 은은한 두툼한 놋그릇이 남측에서 흔히 사용하는 얇은 스텐레스 사발보다 격조 있어 보였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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